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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의 마로나 포스터

 

환상의 마로나, 간단한 줄거리

'환상의 마로나'는, 새로운 주인을 만날 때마다 변하는 마로나의 삶을 담은 영화이다.

마로나는 태어나서 '아홉'으로 불렸다. 혈통견과 잡종견의 교배로 태어난 9마리 강아지 중 막내, 아홉 번째이기 때문이다.  혈통견(아빠)의 집으로 혼자 오게 된 마로나는, 주인으로 인해 길거리에 버려진다. 그러던 중 곡예사인 마놀을 만나게 되고, '아나'라는 이름을 갖게 된다. 아나로서의 마로나는 큰 행복을 느끼며 마놀과 하루하루를 보낸다. 그러던 중 마놀이 정말 바라던 꿈의 서커스단에 캐스팅 제안이 들어오지만, 마로나는 데려갈 수 없는 상황에 처한다. 마놀은 아나를 버릴 수 없어 서커스단을 포기하려고 하였고, 주인이 슬퍼하는 모습을 본 마로나는 스스로 집을 나선다. 그리고 두 번째로 만난 건설업자 이스트반과 함께하게 된다. 이스트반은 마로나에게 '사라'라는 이름을 지어준다. 자신이 공사하던 곳에서 마로나를 키우다 아픈 어머니가 있는 곳으로 데려갔지만 정신적으로 힘든 어머니가 마로나를 다치게 하고, 결국 이스트반의 집으로 가게 된다. 개를 싫어하고 허영심 많은 이스트반의 아내는 마로나를 과시용으로 사용하다 질려하며 밖으로 집을 옮겼고, 결국에는 마로나를 잡으러 온 개장수들을 피해 다른 곳으로 쫓겨나게 된다. 그리고 만난 마지막 주인, 솔랑주. 솔랑주는 할아버지와 엄마 둘과 살고 있는 작은 아이였고, '마로나'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사랑해주었지만, 사춘기가 되면서 마로나를 등한시하게 된다. 결국 솔랑주의 행동이 발단이 되어 마로나는 생을 마감하게 된다.  

 

강아지의 시각을 예술적으로 표현한 영화

이 영화는 강아지인 마로나의 속마음을 대사로 표현한다. 마로나가 보는 세상, 주인에 대한 생각, 현재의 기분 등을 쭉 따라가다보면, 어느새 마음이 짠해지는 것을 알 수 있다. 강아지의 실제 마음은 알 수 없지만, 주인을 가장 생각하는 동물이라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영화에서의 마로나 또한 주인을 만나고, 자신의 이름을 가지고, 보금자리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은 행복을 느낀다. 그리고 강아지만이 맡을 수 있는 주인의 냄새. 마로나는 냄새로 주인의 마음을 읽어낸다. 특히 '시간이 흐르면 마지막의 냄새가 난다'라는 마로나의 대사는 마음을 저리게 한다. 실제 개들도 주인이 어떤 기분인지, 어떤 상황인지 이해하고 있는 듯하다. 주인이 속상하면 옆에 와서 가만히 엎드려주고, 핥아주고, 도와주고 하는 소중한 존재. 자신이 버려질 것이라는, 마지막일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개들의 마음은 어떨까. 특히 반려견이 있는 사람이라면, 마로나의 한마디 한마디가 심장 속에 녹아드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다양한 색채, 신선한 표현력 

환상의 마로나를 보며 가장 좋았던 것은, 정말 다양한 색채와 표현을 사용했다는 것이다. 환상의 마로나는 안카 다미안 감독의 연출과 벨기에 일러스트레이터 브레흐트 애번스의 합작으로, 안시 국제 애니메이션 축제에서 장편 대상을 받았다. 일반적인 애니메이션의 형식이 아닌, 뭐랄까 추상 미술의 세계에 들어와 있는 느낌이었다. 마로나와 주인들의 표정과 움직임 행동 하나하나가 모두 빠르고 유연하게 움직이고, 비현실적이지만 어떤 것들을 표현했는지 눈에 확실하게 보이는 점이 인상깊고, 신기했다. 특히 마로나가 새로운 주인을 만날 때마다 화면의 질감과 같은 표현들이 달라지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이를 통해 등장인물들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이런 표현력들이 '환상의' 마로나에서 환상을 담당하는 게 아닐까? 내용도 좋았지만, 눈을 뗄 수 없는 표현에 예술 작품을 보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개를 더욱 사랑하게 되는 영화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분명히 좋아할 영화라고 추천 받아 보게 된 <환상의 마로나>. 보는 내내 고향에 있는 강아지가 오버랩되면서 마음 한편이 먹먹한 느낌이 들었다. 안카 다미안 감독이 실제로 만나게 된 유기견이 마로나였고, 이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라고 한다. 개들은 너무도 쉽게 주인을 만나고 또 버려진다. 주인만을 사랑하고 충성하지만, 사람들은 그 사랑을 당연하게 여긴다. 그리고 영화의 솔랑주처럼 처음에는 정말 아껴주고 사랑해줄 것처럼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애정이 떨어져 방치되는 개들이 많을 거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다. 그리고 마로나가 마놀을 위해 스스로 집을 나왔을 때, 며칠 지나지 않아 마로나를 찾는 포스터가 영화에서 스쳐 지나간 장면. 그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마놀은 마로나가 사라졌을 때 어땠을까? 정말 하늘이 무너진 기분이었을 것이다. 이 영화는 철저히 강아지의 시각에서 그려졌지만, 그 또한 인간이 생각하는 강아지의 시선이라는 한계가 있다. 현실에서 강아지는 정말 무슨 생각을 할까? 알 수는 없지만, 개들만큼 아무 이유 없이 인간을 사랑해주는 존재가 또 있을까 싶다. 오늘도 난 개를 더욱 사랑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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