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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우먼킬 시즌 1

 

하나의 집, 세 번의 살인 사건

와이우먼킬은 10부작의 드라마로, 한 저택에 이사 온 시대별 부부의 모습으로 시작된다. 1963년의 베스 앤과 롭 부부, 1984년 시몬과 칼 부부, 2019년의 테일러와 일라이 부부. 이 세 부부는 같은 저택으로 이사를 오게 되고, 각기 다른 사연을 가지고 이야기가 전개된다. 먼저 베스 앤과 롭 부부는 딸을 잃고 새로운 출발을 위해 이사 오게 되었는데, 롭의 외도 사실을 알게 된 베스 앤이 이웃집 사람의 제안으로 내연녀를 만나게 되고, 정보를 얻을 요량으로 만나기 시작했지만 진심으로 그녀와 친해지게 되면서 생기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두 번째 부부에서 시몬은 아시아계 부호로, 칼이라는 남편과 부족할 것 없이 사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던 어느 날 시몬에게 편지 하나가 배달되고, 그 안에는 남편이 다른 남자와 키스하는 사진이 들어있다. 그에 더해 자신의 친구 아들이 시몬에게 고백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마지막 테일러와 일라이 부부는 신세대답게 집 밖에서의 연애는 신경 쓰지 않는 자유로운 결혼 규칙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전 남자 친구에게 쫓기는 테일러의 애인을 집 안에 들이게 되면서 테일러와 일라이 사이에도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한다. 이렇게 세 시대에 걸쳐 각자의 결혼 이야기가 펼쳐지고, 제목과 같이 마지막에는 누군가가 죽게 되는데 왜 그러한 죽음이 일어났는지, 어떻게 일어났는지 드라마를 통해 살펴볼 수 있다.

 

시대별 특징을 살펴보는 재미 

와이 우먼 킬은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영화이다. 그 중 하나가 시대별 상황을 보여주는 장면들을 볼 수 있다. 첫 번째 베스 앤과 롭 부부에서는 그 시대의 여성상과 남성상을 엿볼 수 있다. 롭은 가부장적인 남편의 모습으로, 집의 가장으로 회사에 다녀오고, 아내를 종 다루듯이 대한다. 그건 이웃집 메리의 남편도 마찬가지다. 가부장적인 남성상이 옳다고 여겨지던 시대에서 초반의 베스 앤은 결혼으로 자신의 꿈을 포기하고 집안일만 하는 아내이자, 남편에게 잘 보이고 싶은 순종적인 여성으로 그려진다. 다음으로 시몬과 칼 부부에게서는 동성애에 대한 당시의 인식을 보여준다. 에이즈 때문에 동성애자인 게 들통난 칼은, 어디에 가던지 거부당하고, 집 앞에는 욕이 쓰여있는 등 그동안 쌓아왔던 체면이 모두 무너지는 것을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테일러와 일라이 부부는 변호사이자 가장의 역할을 하는 테일러, 약하고 무능한 모습의 일라이, 자유로운 결혼 생활을 통해 현대의 시대를 잘 보여준다. 여성의 권위가 그래도 높아진 시대의 모습을 볼 수 있으나, 여전히 일라이가 자신도 주도적으로 '남성'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하는 장면을 통해, 아직도 사회가 규정하는 남성성과 여성성이 남아있음을 알 수 있다. 드라마는 대과거-과거-현재를 자연스럽게 넘나들며 이러한 시대적 배경을 보여줌으로써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영화이다. 

 

와이 우먼 킬의 감독, 마크 체리

이 드라마의 작가는 우리에게 <위기의 주부들> 감독으로 알려진 마크 체리이다. 남편의 외도를 알게 된 가정 주부가 내연녀와 친구가 된다는 내용의 시나리오를 생각하고 있다가, 드라마로 다른 설정들을 추가해서 만들게 된 것이라고 한다. 위기의 주부들도 매니아층이 많은 편인데, 와이 우먼 킬 또한 많은 인기를 끌었다. 어떻게 보면 외도와 살인이라는 자극적인 소재를 사용했음에도 그저 자극적이지만은 않게 이야기를 풀어냈다는 것이 대단하다. 연출은 <500일의 서머>의 마크 웹이 담당했는데, 시대가 달라지면서 이야기가 전개되는데도, 아주 자연스럽게 장면이 전환되도록 연출했다는 점이 대단하다. 

 

왓챠 인생 드라마, 와이 우먼 킬

와이 우먼 킬은 개인적인 미국 드라마 순위 중 Top3에 드는 작품이다. 친구들이 미국 드라마를 추천해달라고 할 때 꼭 들어가는 작품이기도 하다. 한 번 클릭했다가 멈출 수 없어서 10부를 그냥 보게 돼버리는 그런 드라마이며, 주인공의 생각과 감정에 이입하기도 하고, 내가 생각하는 방향과 전개가 다르다면 주인공이 왜 그런 선택을 했을지 추측해보며 보는 것도 정말 재미있었다. 특히 베스 앤이 내연녀와의 관계 속에서 진정한 연대감을 느끼고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면서 성장하는 모습들이 인상 깊었다. 후반부에 베스 앤 딸의 죽음이 그녀 때문이 아니라는 것이 밝혀졌을 때 화가 나기도 하면서, 그동안의 죄책감을 덜어내고 롭을 죽일 계획을 세울 수 있던 트리거가 되어서 한편으로는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신체적인 가정폭력을 당하고 있는 메리와 함께 왜 남편을 떠날 수 없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장면에서는 현시대와 맞물려 더욱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우리나라도 가정폭력에 시달리는 여성이 굉장히 많은데, 밖에서 보는 사람들은 그러면 이혼하지 왜 같이 사는지 궁금해하는 경우가 많다. 드라마에서는 '기적을 바라고 있다'라고 표현하였고, 현실에서도 많은 피해자들이 이러다 말겠지, 그래도 평소에는 착하니까.라는 믿음으로 참고 있는 경우도 많고, 한편으로는 경제력이 없어 남편을 벗어났을 때 스스로 살아갈 자신이 없어서, 보복이 두려워서 등 다양한 이유로 쉽사리 상황을 벗어날 수 없다. 그리고 요즘 많이 보이는 '가스라이팅'이라는 단어와 연관 지어서, 가스라이팅 당한 피해자들이 학대행위자에게 가지는 어떠한 마음들이 그들을 가정폭력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하게 한다.  그리고 시몬과 칼의 사랑은 열정적이고 이성적인 사랑과는 거리가 있지만, 그것 또한 사랑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어떤 종류의 사랑이라고 정확히 집어낼 순 없지만, 그 연대감과 서로를 위하는 마음 등이 어우러져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그들을 응원하게 만들고, 토미와의 열정적인 사랑만을 쫓아가지 않고 마지막을 함께 보내는 장면에 마음 한편이 시큰해졌다. 마지막은 일라이가 다시 마약에 손을 대는 장면이 안타까웠는데, 마약과 제이드의 거짓 칭찬들이 일라이에게 잠깐의 자극을 주었고, 그로 인해 진심으로 자신을 사랑하는 테일러와의 관계가 소원해졌다. 그래도 서로 간의 사랑과 믿음이 있었기에 결국 돌아왔으리라 생각하고, 진정한 사랑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와이 우먼 킬 시즌 2도 나와서 다 보긴 했는데, 시즌 1이 나에게는 훨씬 재미있었다. 미국 드라마를 보고 싶을 때, 와이 우먼 킬 시즌 1을 선택하면 절대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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